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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의 일기/고양이 상식

고양이를 길들이는 것은 두뇌싸움

친절한 J군 2017. 8. 24. 20:04

 

 

  고양이와 개의 훈련에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주인을 무리의 리더로 생각하는 개는 주인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느끼고, 칭찬받기를 좋아해서 칭찬받을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합니다. 때문에 개는 칭찬과 야단을 통해 훈련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독생활자인 고양이에게는 리더라는 인식이 없고, 리더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칭찬을 받으면 단순히 나를 귀여워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야단을 맞으면 이 사람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양이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르치려면 주인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그것은 각 가정의 상황이나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다르므로, 주인은 인내심 있게 지혜를 총동원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결책을 짜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에 통하지 않았다면 포기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합니다. 고양이의 훈련은 고양이 와의 두뇌게임이라고 해도과언이 아닙니다. 그 게임을 즐기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매번 좌절을 겪게 되고 짜증이 나서 그만두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니 고양이의 훈련을 '두뇌게임' 이라고 받아들이고 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방법을 강구해나간다면 고양이의 훈련에 즐겁게 임할 수 있을것입니다. 고민, 시행착오, 집념,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마음 그것이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관건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가 문제인데, 그 전에 고양이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쓸데없이 짖지 못하게 한다든지 사람에게 달려들지 못하게 한다든지 기다려 라는 말로 행동을 중단시킬 필요도 없고, 화장실 문제라면 적절한 화장실과 화장실 모래를 놔두면 알아서 가립니다,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서 실수를 할 경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훈련과는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고양에게 금지시켜야 할 것이 의외로 몇 가지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구나 벽을 발톱으로 긁지 않을 것, 식탁 등에 올라가지 않을 것, 특정 방에 들어가지 않을 것 정도입니다.
  발톱갈이는 고양이의 본능이므로 그만두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구나 벽에 발톱을 갈지 못하게 하려면 그 방법을 생각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올라가지 않았으면 하는 곳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인데, 이런 추상적인 사항을 훈련으로 고양이에게 학습시키는 것은 무리이므로, 못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못 올라가게 하는 방법,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한 뒤, 못올라갈 상황이나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주면,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이곳은 올라가지않는 곳', '여기는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는 습관이 생깁니다. 의외로 머리가 나쁜 고양이는 한번 습관이 생기면 고지식할 정도로 그 습관을 지킵니다. 이처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하지 안흔 ㄴ습관을 붙이는 것이 바로 고양이의 훈련입니다.
 

  훈련은 고양이와의 두뇌 게임이며, 훈련 과정은 고양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려면 고양이의 행동을 읽어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고안해낸 방법에 고양이가 새로운 행동으로 반응하면, 거기에 대응해 또 다른 방법을 써봅니다. 만약 고양이와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되잖니?..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 '와 그렇게 했어? 그럼 이건?'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 등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양이와 인간의 상호작용, 따라서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거듭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주인은 고양이의 성격을 더 잘 파악하게 되고 의외의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는 훈련이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결코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화를 낸다는 것은 고양이와의 두뇌게임에서 졌다는 뜻입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쓸 때마다 고양이가 타개책을 강구한다면 그것은 고양이가 그만큼 주인과 커뮤니 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응당 상대해줘야 할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끝에 마침내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 고양이의 얼굴에서는 그때까지 봐왔던 것과 다른 뚜렷한 개성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은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 사랑으로 맺어진 유대감입니다. 과장된 표현일지는 몰라도 공동 작업을 함께 해냈을 때 맛보는 유대감과도 비슷합니다. 그것은 매우 행복한 경험일 것입니다.

  '고양이의 행동은 습관화되기 쉽고, 한번 습관이 생기면 고지식할 정도로 그 습관을 지킨다' 고 했는데, 그것은 고양이가 안전지향주의 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번 했던 일이 안전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면 다음에도 똑같은 방법을 취합니다. 야생의 본능이 그것을 안전한 방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한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므로 행동이 습관화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집에서 역까지 갈 때 "항상 똑같은 길을 가면 재미없으니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볼까?'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제 지나갔을때 안전했던 길이라면 오늘도 그 길을 지나가려 합니다. 고양이는 결코 모험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몸을 지키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평소 지나다니던 길에서 갑자기 위험한 일을 당했다면 고양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길을 이용할 것입니다. 그때는 두근두근 떨면서 지나갔는데 아무런 위험이 없었다면 다음날은 그 새로운 루트를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어제의 길에서는 또 위험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루트라면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이것이 고양이의 안전지향주의입니다.
  야생동물은 모두 안전지향주의인데, 고양이는 특히 그 본능이 강하므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훈련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에게 새로운 습관을 들이러면 기존의 습관에 불편합을 만드는 동시에 불안하지 않은 대체방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체방법을 2~3회 정도 문제없이 경험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습관으로 정착될 것입니다. 이것이 고양이 훈련이 성공할 수 있는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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